세계중요농업유산의 개념과 현황
배경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WSSD)에서 소규모 농업과 전통 농업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 대응하여, FAO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이하 GIAHS)을 제안했다. 이것의 목표는 농업발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유산과 경관, 농업생물다양성과 전통지식 등 그와 관련된 농업자원에 대하여 국가 및 지역의 다원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한 세계중요농업유산을 지역에서 국가로, 더 나아가 세계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전통적인 농업시스템은 오늘날에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생물다양성, 전통지식과 생활문화의 유지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GIAHS는 이러한 농업유산을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2022년 기준 GIAHS에는 알제리, 방글라데시, 브라질, 칠레, 중국, 이집트, 인도, 이란, 이탈리아, 일본, 케냐, ♘시코, 모로코, 페루, 필리핀, 포트투갈, 한국, 스페인, 스리랑카, 탄자니아,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등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유엔(UN), 지구환경기금(GEF), 독일연방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BMELV),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식량농업식물유전 자원국제조약(ITPGRFA), 유네스코 등의 국제기구가 함께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생계유지와 농업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높은 수준의 생물다양성 등에 대한 독창적 중요성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GIAHS는 다음과 같은 범주로분류할 수 있다.
첫째, 산악지대 계단식논 농업생태시스템(Mountain Rice Terrace Agro-ecosy-stems)은 농업과 임업을 겸하는 농업생태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농업적 특징과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주로 동아시아와 히말라야 지대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다. 필리핀 이푸가오 계단식논, 중국의 벼-물고기-오리농업시스템, 마다가스카의 마나나라 등이 해당한다.
둘째, 다모작 또는 다종작 농업시스템(Multiple Cropping/Polyculture Farming Systems)은 우수한 방법으로 다양한 종자를 혼합하거나 재배하는 것으로 때로는 혼농 임업을 겸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특징은 토착적인 미기후 조절법, 토양과 물관리 계획, 기후의 가변성에 대처하기 위한 작물의 순응적 이용으로 나타난다. ♘시코, 안데스 산맥의 잉카족에 의해 개발된 유형이다.
셋째, 하층 농작시스템(Understory Farming Systems)은 다양한 곡물의 하층 작물을 먼저 수확하면서 산림업과 과수재배 또는 다른 작물을 혼합하여 상층과 하층으로 구성된 농업시스템이다. 토란과 같은 뿌리작물재배에 활용되는 농법으로 다른 나무들이나 관목, 덩굴들을 쭉 따라 심어서 농작물이 키가 큰 나무들의 캐노피 아래에서 자라나게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파푸아뉴기니, 반나투, 솔로몬제도와 태평양의 작은 개발도상국 섬 등 열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넷째, 유목·준유목 목축시스템(Nomadic and Semi-nomadic Pastoral Systems)은 가축의 이동과 다양성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초원, 방목장, 물, 숲 등을 순응적으로 사용하는 방목 또는 목축시스템이다. 티베트고원의 라다크, 인도와 몽골 일부, 동아프리카 마사이족의 목축시스템, 시베리아의 툰드라와 온대림 지역의 사아미족과 네네츠족의 순록관리 등과 같이 산악지대, 열대와 아열대의 건조지대 및 북극의 목축시스템이 포함된다.
다섯째, 고대의 관개·토양·물관리시스템(Ancient Irrigation, Soil and Water Management Systems)은 독창적이고 정교한 관개·토양·물관리다. 건조지역에서 가장 흔하며, 이러한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곡물이나 동물이 살고 있다.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의 카나트 같은 고대 지하 배수시스템을 이용한 사례가 있다.
여섯째, 복합 다층구조 정원 형태의 농업시스템(Complex Multi-layered Home Gardens)은 가정의 작은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 등을 식량·의약품·장식품 등의 용도로 재배하는 통합된 혼농임업이다. 주로 중국, 인도, 카리브해 지역, 아마존의 카야포, 인도네시아 등에서 볼 수 있다.
그 밖에 해수위 및 강수위와 연계하여 토지를 다기능적으로 이용하거나 늪지의 배수를 통하여 경작지를 만들어 내는 토양 및 물관리 기술을 가진 해저면시스템(Below Sea Level Systems), 특정작물이나 뛰어난 농업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곡물 및 향신료시스템(High-value Crop and Spice Systems), 다양한 부족의 농업 관행과 토양·물관리 기술을 조합하여 토착지식으로 통합하는 부족 농업유산시스템(Tribal Agricultural HeritageSystems), 야생 차드 쌀과 중앙 및 동아프리카의 숲에서 꿀을 수확하는 독특한 수집·수확 시스템(Hunting-gathering Systems) 등이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의 지정기준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첫째, GIAHS 고유의 특성에 근거하여 지정하거나 배경상황과 기획안의 내용 그리고 지역주민의 조직이나 기관의 참여도를 고려하여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기준은 2002년 FAO에서 개최된 워크숍 및 조정위원회에서 생물물리학, 사회·문화·정치, 경제 및 재정 등의 세 측면과 세계, 국가, 지역 등 공간적 수준에서 농업유산에 관한 논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통해 결정된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기준은 시스템 기준(Systems Criteria), 정황적 기준(Contextual Criteria), 프로젝트 실행기준(Project Implementation Criteria)으로 크게 나뉜다. 시스템 기준은 농업유산시스템의 독창성과 비범성, 현저한 특징, 지속성의 역사, 세계적 중요성 등의 세부기준 항목으로 구성됐다. 정황적 기준은 대표성과 외부위협, 정책 및 개발 관련성으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실행기준은 프로젝트 통합성, 공동 펀드 능력, 프로젝트 접근성 등으로 정해졌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02년에 제도가 시행된 이후 10여 년이 지났으나 아직 농업유산의 인식이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농업 분야의 다원적 가치의 재평가로 FAO는 지정기준 세부항목의 변경과 보완을 통한 지속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세계중요농업유산의 지정기준을 변경했다. 2009년 논의된 GIAHS의 기준은 특정한 대상 또는 지역에 의해 나타나는 농업유산의 세계적 중요성을 더욱 명확히 규명한다는 취지에서 기존의 지정기준 중 모호했던 ‘현저함(Outstanding)’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으로 농업유산의 사회·문화적 특성, 생물다양성 및 경관 특성, 지속 가능성, 역사적 가치, 현대적 관련성 등을 부각시켰다.
첫째, 사회·문화적 특성은 생물·물리 및 사회·문화적 특성이 농업유산을 특징지어 주며, 이 특징이 세계적 중요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 생물다양성 및 경관특성은 농업생물과 유전자 등의 종다양성과 이와 관련된 토지·수자원·경관의 특성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지식체계, 도구와 기술, 사회문화적 제도 등을 포함한다.
셋째, 지속 가능성은 사회-환경적 균형과 조화 그리고 사회경제 및 환경적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성을 의미한다.
넷째, 역사적 가치는 농업다양성과 경관창출 그리고 지식 및 문화 형성 등을 통한 농업유산의 기여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현대적 의미는 식량생산과 생계유지 수단으로서 현재와 미래에서의 삶의 질, 환경적 가치의 창출 등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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